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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상업 활동과 시전 상인의 갈등

by 숨결筆 2025. 5. 9.

조선 후기 사회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상업과 도시 경제가 점차 발달했다. 18세기 이후 농업 생산력의 증가와 인구의 도시 집중은 자연스럽게 물품 유통과 소비의 확대를 불러왔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민간 상업 활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 상업 질서를 유지하던 시전 상인과 새롭게 등장한 난전(비허가 상인) 간의 충돌은 조선 후기 상업 발전의 한계와 사회적 갈등 구조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조선 후기 상업 구조의 변화, 시전 상인의 특권, 그리고 난전과의 갈등과 대응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 조선 후기 상업의 확대 배경

18세기 들어 조선의 농업 생산력이 향상되고, 잉여 농산물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의 수요도 커졌다. 이에 따라 도시를 중심으로 유통과 상업 활동이 활발해졌다.

  • 재지주층의 소비 확대
  • 농촌 지역에서도 시장(장시)의 증가
  • 화폐 사용 확대 → 상품 교환의 효율성 증가
  • 교통로 정비 → 유통 범위 확대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중앙집권적 경제 질서에 균열을 일으켰다.

2. 시전 상인의 위치와 역할

시전은 한양의 종로 일대를 중심으로 국가가 허가한 상점이었다. 이곳의 상인들은 '공인'으로 불리며, 국가로부터 상품 독점권과 세금 감면, 군역 면제 등의 특권을 받았다.

  • 국가행사 물품 납품 의무
  • 상품별 전문화된 구역 존재 (포전·선전·유기전 등)
  • 내수사와 협력하여 공급 체계 유지

시전 상인은 국가경제의 일부를 담당하는 대신 강력한 경제적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3. 난전의 성장과 갈등의 시작

시전의 상업 활동은 국가 중심의 통제 경제 하에서 운영되었으나, 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다양한 수요가 생기면서 점차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었다.

이 틈을 타 등장한 것이 바로 '난전', 즉 허가 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파는 민간 상인들이다. 난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

  • 가격 경쟁력 → 시전보다 저렴한 가격
  • 상품 다양성 → 소비자의 선택 폭 확대
  • 거점: 시전 바깥, 다리 주변, 골목, 시장 가장자리 등
  • 조직적 협업: 동점상회 형식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었음

이로 인해 시전 상인의 판매량은 감소했고, 그들은 난전에 대한 탄압을 정부에 요청하게 된다.

4. 금난전권의 시행

정부는 시전 상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17세기 후반부터 '금난전권(禁亂廛權)'을 제정하였다. 이는 시전 상인이 난전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제도였다.

  • 시전 상인이 난전의 상품 몰수 가능
  • 난전 판매 제한 → 영업장소, 품목까지 제한
  • 군역 면제와 함께 특권으로 제도화됨

하지만 이는 소비자와 민간 상인 모두에게 불만을 키웠고 시장 자율성은 오히려 크게 위축되었다.

5. 갈등의 심화와 경제적 부작용

난전 탄압이 강화되자 가격 상승, 품목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소비자는 시전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의 종류와 양이 제한되었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었다.

반면, 난전 상인은 비밀리에 영업하거나, 시전 관리와 결탁해 뒷거래를 하는 등 상업의 질서 자체가 음성화되었다.

경제적 부작용

  • 시장 독점 → 가격 인상
  • 부패한 관리와 시전의 유착
  • 도시 경제의 효율성 저하
  • 민간 소비 수요 억제

이러한 구조는 결국 시장 전체의 신뢰를 약화시켰다.

6. 금난전권 폐지와 시장의 자율화

정조는 1791년 금난전권을 공식 폐지하였다. 이는 육의전 외 시전 상인의 독점권을 철폐한 조치로, 민간 상인의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다.

이 조치는 시장 경제 자율성 확대의 전환점이 되었으며 민간 자본의 확대와 도시 상업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 난전 상인의 활동 확대
  • 도시 상권 다변화
  • 상업계층 간 자유경쟁 체제 도입

7. 상업 갈등의 현대적 시사점

시전과 난전의 갈등은 단순한 경제 싸움이 아니라 기득권과 신흥 세력 간의 구조적 충돌이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 프랜차이즈와 자영업 간의 갈등과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 기득권 보호 vs 소비자 선택권 보장
  • 규제 완화 vs 질서 유지
  • 시장 독점 vs 자율 경쟁

따라서 조선 후기 상업 갈등은 현대 시장경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제공한다.

결론 – 전환기의 갈등은 변화의 신호다

조선 후기 시전과 난전의 갈등은 경제 질서가 고정된 틀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으로 이동하는 과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은 필연적이었으며, 그것은 결국 상업 구조를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전환기의 갈등은 언제나 변화의 징후이며, 그것을 어떻게 수용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